전체 글 15

# 15

묵묵 비가 그치고 구름에 가려졌던 아침 햇님이 환히 웃고 있는걸 보니 태풍이란 놈이 지나갔나 보구나 나는 오늘 아침 몇번의 알람이 울렸지만 게으름에 미루고 미루다 8시가 되어 겨우 몸을 일으켰다 무. 겁. 다. 몸도 기분도 감정도 어제 태풍이 뿌려된 비에 젖어 눅눅하고 무거운 솜같은 기분 저 햇빛이 왜 나는 말려주지 않는걸까 하늘을 향해 구름한번 내뿜고 들어오는 현관 가지런히 정리된 신발들을 바라본다 이것은 언제나 나의 몫 기특하다 스스로 이처럼 다른 이들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해나가는 일들이 있겠지 저들의 발버둥이 어느정도 수용이 되는듯 허다 그래그래 응원한다 그런 나와 그런 너를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가 인정하지 않아도 너만의 색깔로 너만의 걸음으로 묵묵히

카테고리 없음 2023.08.11

# 14

하루 시작 창문을 열고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찻물을 올려놓고 끓기를 기다리며 치카포카 양치를 하고온다 얼굴도 이름도 모를 조상님께 깨끗한 청수 한사발 올려놓고 이맘 하늘과 연결되길 바라며 청수옆에 향도 하나 피워 놓았다 어제 마시나 남은 엽저에 끓는물을 붓고 흰 종이위에 까만 잉크를 찍어 나간다 이따금 들려오는 새봄의 기침소리 "흠 이따 일어나면 보이생강차 끓여 줘야지" 자사호에서 우러난 보이차를 거름망을 거쳐 공도배에 따라낸다 그 공도배에서 다시 나의 찻잔으로 드디어 차 한모금 맛을본다 으~ 따뜻한 차의 온기가 잠든 세포를 깨우는구나 고요한 아침, 차 한잔으로 시작하는 하루는 언제나 좋다

카테고리 없음 2023.08.10

# 13

무제 장마가 끝난지 얼마되지 않았건만 뜨거운 햇빛을 질투라도 하는듯 태풍이란 놈이 또다시 대지를 흠뻑 적시는구나 어제는 좋았지 농부와 함께 아리따운 쌍무지개도 보고 밤하늘 유리가루를 뿌려 놓은듯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떨어지는 별똥별 짜식도 셋이나 보았으니 오늘은 태풍이 이놈 때문에 아무것도 볼것 없구나 아름다운 무지개도 반짝이는 별들도 무엇보다 무지개를 바라보며 아이처럼 좋아하던 농부의 환한 웃음도 반백살의 세월에도 그런 천진함이 있을줄... 사람이란게 본래 그런것일텐데 모든것을 내려놓고 알몸으로 마주하고 싶다 가식, 가치판단, 가치관, 상처, 방어기제 등등 이 모든것을 까부수고 싶다 나, 너, 우리는 과연 잘 가고 있는걸까? 시간이 나를 내일로 데려가서 우리가 조우해야할 상황에 나는 어떤 마음으로 너를..

카테고리 없음 2023.08.09

#10

아무리 아무리 아무리 피우고 마셔도 후련해지지 않는다 노래를 부르고 불러도 내 속만 터질뿐 가슴속 답답함 우울함 분노는 무엇으로 달래야하나 아무리 아무리 표현하고 달래봐도 변화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건 나인가 당신인가 왜 하필 너와 나인가 품지 못하는건 나인가 당신인가 같은 문제를 안고 몸은 떨어져 있는 지금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당신도 나와같은 마음일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 고민이나 할까 월광조차 나를 비추지 않는 지금 오늘밤 무엇에 기대어 잠을 청해야하나 누군가 말한 사나운 마음없는 푸우 동산이 있다면 오늘밤 두발이 헤져 닳아도 그 길을 걸으리

카테고리 없음 2023.07.06

#9

운봉의 아침 지리산 어느 한 자락 운봉이라는 곳에 나는 와있네 산 중턱에는 하얗게 두루막이 걸치고 있고 그 위로 장맛비 세차게 쉬쉬 나무들은 바람에 머리칼을 흔들고 이따금 새들만이 짹짹, 지지배배, 휘휘 아침 지리산에는 이런 풍경이 담겨있고 오늘 내 마음에는 무엇이 담겨있나 긴밤 새벽이 하얗도록 잠못이룬 이유는 무엇인가 여전히 남아있는 의문들 답이 없는 문제들 여긴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지금 내가 이런 경험을 하는건 어떤 이유일까 나를 복잡히 만든 님들은 간밤에 안녕들 하셨는가 걱정말게 결국엔 나도 신이 될테니

카테고리 없음 2023.07.05

#8

비, 차, 음악, 대화 바쁘게 흘러간 제주 일정이 끝나고 이곳 운봉에 와서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각자의 가슴에 남겨있는 묵은 감정들을 각자의 방법으로 갈무리하며 함께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음악을 듣고 따뜻한 차를 나누어 마시고 이따금 차분히 대화를 나눈다 갑자기 윤슬의 깔깔거림이 빗소리를 뚫고 방안을 가득 채운다 우리는 결국 웃는다 무슨일이 있었건 결국 우리는 웃는다 그 웃음소리에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카테고리 없음 2023.07.04

#6

난관 - 지나가기 어려운 곳. 누군가 행복하냐 묻거든 아니라고 답하겠다. 근원의 빛도 나를 밝히지 않는 지금 그야말로 내 기분은 난관이다. 이럴때 나를 위로하는 노랫말로 내 마음을 대신한다.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목마른 가슴 위로 태양은 타오르네 내게도 날개가 있어 날아갈 수 있을까 별이 내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바보처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서있네 이 가슴속의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바람부는 세상에 나 홀로 서있네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정답이 없는 질문들 나를 채워줄 그 무엇이 있을까 이유도 없는 외로움 살아 있다는 괴로움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내 삶에 엔딩곡 ㅈㅣㆍㅇㅡㆍㄹㅣㅁ - ..

카테고리 없음 2023.06.29